2024.05.20 (월)
[조대형대기자]
"정치를 경멸하는 국민은 경멸받을 수준의 정치밖에는 소유하지 못한다.
명말 청초의 진보적 지식인으로 고증학에 일가를 이룬 고염무(顧炎武)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그 백성들 책임'이라고 일갈했다.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누가 나라를 살리고 누가 나라를 망칠지 그 구별법을 찾아본 政書(정서)다. 특히 구별만 한 것이 아니고 나라를 망칠 '놈'들은 찾아서 응징하자는 뜻이 담겨 것이고, '될 놈'을 밀어줄 것이 아니라 '쓸 놈'을 찾아서 정치전면에 내세우는 일이어야 하지만,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선, 쓸놈이 아니라,될놈에게 올인한 것이다.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가 고위 당직자를 인선한 것을 보면서, 정치권에 명멸하는 군상들을 생각하게 된 것인데. 수줍게 숨어있는 변간신론(辨奸新論)'의 글이 가슴에 스며 들어왔다.
당 살림살이를 총괄하고 내년 총선 공천의 실무를 챙길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친윤계 핵심 인사로 꼽힌다.대변인에는 원내의 경우 초선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경남 진주시을)이 가장 먼저 내정됐고, 원외에서 윤희석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 김예령 전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내정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3, 4선급 인사를 선임한다는 계획에 따라 친유(친유승민)계인 3선 유의동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경기 평택시을)에게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유 의원이 당직 제안을 받아들일지가 미지수다.여당의 정책 사령탑인 정책위의장은 당초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한 후 교체할 방침이었으나 13일 발표 때 함께 발표하는 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선의 송언석(경북 김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경남 통영시고성군) 등이 거론된다. 과거 정책위의장은 대개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출마해 의원들이 직접 선출했지만, 현재 국민의힘에선 당대표가 지명하게 돼 있다. 이외에 사무총장을 보좌하며 당의 전략과 조직을 관리할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는 박성민(울산 중구),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구을)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번 인선에서 주목되는 점은 친윤계 의원들이 주요 당직에 다수 배치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김 대표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의 의미를 어떻게 살리느냐다. 김 대표는 '연포탕'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인선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언론 등을 통해 유력하다고 알려진 인사들도 최종 인선안이 '연포탕'에 맞지 않는 그림이라고 판단되면 막판 교체할 가능성이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당직 인선과 관련,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들의 등용이 아니라 ‘입안의 혀’로 살아 숨쉴 아첨꾼들을 찾아 내려는 것 같이 기분이 씁쓸하다.
물론 사실 간신은 정의하기도 쉽지 않고, 구별하기는 더더욱 어렵지만, "권세를 좇고 권세에 빌붙어 출세하려는 무리들이 '새로운 정치'란 허울을 쓰고 국민의힘 지도부 주변에서 어슬렁 거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저 자기를 떠받드는 자라면 "자질을 따지지 않고 모조리 발탁하거나,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지난 행적이나 정치적 소신에 상관없이 합종연횡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삐딱한데도 곧은 것 같고, 속이는 데도 믿음직한 것 같다. 아첨하는데도 친근한 것 같다. 주군의 희로애락을 잘 살펴 기분을 맞추고, 주군의 위엄을 훔쳐 자신의 위엄을 세우려 하며, 주군의 욕망을 채워 주군의 귀여움을 차지하려 한다. 위로는 귀여움을 구걸하고 아래로는 위엄을 떨친다. 대신들이라도 감히 의논하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이라도 감히 말하지 못한다. 그런 자들을 제거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이들이 제22대 총선 전면에 재 등장, 이른바 김기현의 당지도부는 이런 간신들을 가려내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일일 터이다.
즉, ‘육사신(六邪臣)’을 가려내야만 한다. 시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머릿수만 채우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들을 뜻하는 ‘구신’, 비위 맞추는 데 특화된 아첨꾼 ‘유신’, 잔머리를 굴려서 남을 음해하는 사람을 뜻하는 ‘간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참소를 일삼는 사람 ‘참신’, 이익을 앞세우고 사적인 패거리를 만드는 사람 ‘적신’, 모든 것을 겸비한, 나라를 망하게 할 신하 ‘망국신’ 등을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정치는 권력에 아첨하지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아첨해야 한다. 존경받는 정치인은 권력의 남용과 부정과 부패를 가차 없이 질책하고 규탄하고, 꾸짖을지언정, 치사하게 권력에 굽실거리며 권력에 아부하고 빌붙지 않아야 한다.
옛날 신라의 의상대사는 “선정을 베풀면 풀밭에 금만 그어놔도 백성이 넘나들지 않지만, 학정을 하면 아무리 높은 성을 쌓아도 넘어간다”고 직언을 했고, 조선시대의 무학대사도 태조에게 “개의 눈으로 보면 개만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만 보인다”고 칼날 같은 직언을 했고, 근세의 범어사 동산 스님은 모자를 쓰고 법당에 들어간 이승만 대통령에게 “모자를 벗으시오!”라고 일갈하며 “손가락으로 감히 부처님을 가리키지 말라”고 꾸짖었고, 백련암의 성철 스님은 박정희 대통령이 만나고 싶으니 “해인사로 내려와 달라”고 요청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제대로 된 정지지도자는 섬기기는 쉽고 기쁘게 하기는 어렵다. 도리가 아닌 것으로 기쁘게 해봤자 기뻐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인배는 섬기기는 어렵고 기쁘게 하기는 쉽다. 도리가 아닌 것으로 기쁘게 해도 기뻐하기 때문이다.검찰출신의 대통령이고, 판사출신의 여당 대표이니, 임기 내내 뇌물은 모르겠지만, 아첨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내각과 당직자들의 명단만 보아도 이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