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이관섭대통령비서실장
[조대형대기자]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퇴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대통령실 사퇴 요구 보도에 대한 입장’을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80여 일 앞둔 시점에 여당의 총선 과정을 총지휘할 사령탑과 대통령실 및 친윤(친윤석열 대통령)그룹이 공개적으로 파열음을 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의 총선 공천과 전략 수립에 상당한 혼란과 차질이 예상된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권을 대표하는 차기 대권주자로 여겨져 온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 측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향후 여권 권력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시내 모처에서 한 위원장을 직접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 관계자의 회동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채널A는 국민의힘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 자리에서 이 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 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채널A에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전달받았다"며 "이 실장은 한 위원장에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에 대한 대응에 섭섭함을 전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응 등을 놓고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온도차를 보인 게 사퇴 요구의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다.
한 위원장은 최근 김 여사 의혹 대응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왔다. 한 위원장은 또 김 여사의 입장 표명과 사과 필요성을 주장해 온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을 서울 마포을 선거구에 공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김 여사 의혹의 본질은 좌파 진영의 ‘몰카 정치공작’이며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대통령실의 기본 인식과 차이가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대통령실 및 친윤그룹 핵심의 의지와 달리 한 위원장이 물러나지 않고 비대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번 갈등은 친윤그룹 내부에서 벌어진 다툼인 데다 ‘현재 권력’(윤 대통령)과 ‘미래 권력’(한 위원장) 간 충돌의 성격도 있다. 윤 대통령이 임기 2년을 채우기도 전에 여권 권력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