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조대형 대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윤·한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큰불이 난 충남 서천시장 현장을 방문한 뒤 대통령 전용 열차에 같이 타 귀경한 뒤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열차에서 윤 대통령과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길게 나눴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자 이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선 “그런 말씀은 다 전에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라며 “그런 말씀보다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결국 정치는 민생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민생에 관한 여러 가지 지원책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 건설적인 말씀을 많이 하셨고, 제가 잘 들었다”고 말했지만, 윤석열의 한동훈을 제거하려했던 여진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개운치 않다.
문제는 현 정치권의 단골 비아냥 멘크 베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이준석의 말대로 한동훈의 제1차 우세승을 점치는 것에서도 읽혀지듯이 사실상의 윤석열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속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레임덕은, 권력의 속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필연적 현상이다
'레임덕'(lame duck)은 '절름발이 오리'를 의미한다. 이 말은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당시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말로서 보다 직접적으로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에게 패배한 현직 대통령이 이듬해 1월20일인 대통령 취임식까지 겪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후 치뤄지는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구도가 재편되어 다수당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경우에도 일정부분의 레임덕 현상은 초래되며, 탄핵 등의 사유로 레임덕이 초래되는 경우도 있어왔다.
이러한 레임덕 현상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을 때에 내각 총사직과 국회해산을 통해 즉각 총선에 돌입하는 내각책임제와 달리 헌법에 따른 임기가 보장되는 대통령의 경우 임기말 3개월이냐, 아니면 2~3년이냐의 기간의 문제일 뿐 레임덕을 피해갈 수 없다. 즉, 레임덕이 초래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통령이라는 절대적 권력이 갖는 필연적 속성과 헌법이 보장하는 임기간의 모순 속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과거에 향유하고 있던 권력이 절대적이면 절대적인 만큼 레임덕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의 집단항명 형태로 발전되기도 한다.
지금 상황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 정치적 통합이 절박한 측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결코 아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대로 적당히 눈치보면서 가면 대세를 장악할 수 있다고 볼 것이고, 민주당 역시 이미 추락할대로 추락한 만큼 정부여당의 난맥상을 틈타 앞으로 잘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기류는 그야말로 태평하기 그지없다. 필자가 앞서 언급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위기의식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의 위기가 더욱 심각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앞으로 닥쳐올 거대한 폭풍을 과연 윤석열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동네 골목대장에 등극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막강한 권력자가 실수로 전봇대에 부딪혀서 개망신당한 이후에 그 누구에게도 영이 서지않는 가운데 도리어 과거 졸개였던 자들에게 집단으로 린치를 당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상상하게 된다. 지금 윤석열정부의 형국이 딱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이준석과 같은 인물 마저도 정권의 이미지와 명분을 저토록 유린하며 치명타를 입히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떠한 하극상과 스캔들이 발생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지금까지 자신만이 알고있는 특급비밀을 꼭꼭 숨겨오며 충성을 다짐해온 공무원들이 언제 스스로의 살길을 찾기위해 양심선언의 봇물을 이룰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권의 진짜 위기는 어쩌면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 총선의 상황은 정부여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국회 장악을 해야 만 하는 것이 하는 국민의힘의 제1의 과제이지만, 참정권 행사를 하는 국민들 각자가 이에 공감하여 권력행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국민의힘 혼자만의 짝사랑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그럴 만한 당위성을 찾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국민의힘의 딜레마는 총선 이 후에 시작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기히 집권을 한 국민의힘의 절대 대수의 원내의석을 확보해 주는데 주력하는 게 아니라, 다음에 치루어 질 대통령선거에서 원내 제2당에게는 권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심리 현상에 괄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권력은 폭력과 음모, 비정함 들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세상의 흉계가 난무하는 근대 이전의 궁정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권력에서 누구도 초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르네상스시대 궁정신하를 지낸 마키아벨리는 “항상 선하게 살려는 사람은 선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 점에서 마키아벨리의 부활이 기다려진다.
권력은 백지장처럼 맞들고 가는 것도 아니고, 나누어 가질 수도 없는 것이니, 뜨는 권력과 지는 권력의 사이에서 고스란히 피해를 입어야 하는 국민들의 가슴만 아련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