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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에서........배우 나문희의 망부에 대한 사모곡 “여보, 운동 좀 해. 그래야 내일 또 나랑 운동하지” 했는데 그날 나가서 넘어져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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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모서리에서........배우 나문희의 망부에 대한 사모곡 “여보, 운동 좀 해. 그래야 내일 또 나랑 운동하지” 했는데 그날 나가서 넘어져 죽었다.

 

김주은사진.jpg

 김주은 문화부 선임기자 

 

배우 나문희는 가슴 에린 절절한 사랑의 빛살로 가득 찬 인정의 세계를 가진 원로 탤런트다. 그의 연기, 아니 배역의 캐릭터는 그의 인생역사를 이루는 또 하나의 견고한 줄기다.

근원적 뿌리에 대한 본능적 편향성, 가족애로의 지향성이다. 그 애타는 그리움의 귀착지는 어머니의 앞치마 냄새고 오래된 유물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인간적 내흠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없는 게 없다.

그런 나문희가 2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배우 김영옥과 함께 출연, 망부의 사모를 말했다. 이날 나문희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해 영어 선생님이었다. 내게는 백과사전같았다. 그런데 잔소리나 그런게 너무 싫었던 적이 있다라며 남편이 아프면서 떨어져 있으니까 그런 시간이 상당히 귀하다. 지금 이 순간이 좋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다며 심경을 전했다.

 

이에 유재석은 사실 이야기를 드릴까 말까 망설였다. 얼마전에 남편분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 저희가 섭외를 드리고 나와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마음이 좀 그렇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나문희는 백과사전이 없어서 조금 허전하다. 나름대로 날개를 단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영옥은 옆에서 봤다. ‘소풍을 촬영 할 때 운동한다고 나갔다가 넘어지셔서 이마가 좀 찢어졌다더라. 그리고 수술하고 봉합이 잘됐다고 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문희는 영화 소풍은 내가 정말 잘하고 싶었다. 내가 이번에 남해와 부산에서 찍었는데 남편을 동생과 딸들에게 맡기고 갔다. 그리고 촬영 마지막에 여보, 운동 좀 해. 그래야 내일 또 나랑 운동하지했는데 그날 나가서 넘어졌다. 그래서 뇌 수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전하는 배우 나문희에게서 자신의 남편을 끔찍이 사랑했던 자애로운 아내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눈에 드러나는 현란함은 한때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완전한 행복의 실체는 아니다. 물질만으로는 생명을 틔울 수 없고, 진정한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무한대의 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날 나문희 남편에 대한 사모에서 가장 빛나는 정서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인간적 향기라 하겠다.

 

나문희는 같이 출연한 배우 김영옥에 대해서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영옥 씨가 장례식장에 6시간 있었다. 나는 정말 감동이었다. 뭐라고 말 할 수 없다. 우리 나이에 어떻게 장례식장에서 6시간을 있느냐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영옥은 “()문희를 많이 치켜세워준 훌륭하신 분으로 기억한다고 나문희의 사별한 남편을 기억했다.

 

이후 나문희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불렀고, 김영옥은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나문희는 빈집에 혼자있는게 우울하더라. 그래서 짐을 줄여서 작은 집으로 갈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줄이는 것도 이상하더라. 그 사람(남편) 물건도 있지 않느냐라며 있다보니까 5시쯤 되면 우울하다 그래서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그랬더니 훨씬 운동이 되고 우울한게 덜 하더라고 밝혔다.

 

서른 즈음에노래가 자신과 너무 가까워서 처음엔 싫었다고 얘기하면서 하다보니까 나랑 가까워서 오히려 좋더라. ‘내 사랑은 어디에?’라는 가사가 있는데 아무리 이 나이라도 사랑은 느끼지 않느냐우리 남편이 가까이 있을 때는 잔소리도 많고 해달라는 것도 많아서 불편한 것도 많았다. 그런데 병원에 있으니까 그때 진짜 사랑을 하게 되더라. ‘아 내가 남편을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하고 느꼈다. 그래서 병원에 있을 때 우리 남편과 진짜 사랑을 해봤다라며 사랑을 고백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살아가면서 힘이 되는 건 사랑받은 추억이다.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자각 없이 삶은 무의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엄숙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씀에 기인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무엇에 의지해 자기를 지탱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다. 삶을 원망하고 현실에 불만을 토로한다고 해서 삶의 질이 어느 한 순간에 돌변하여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 나문희가 살아 생존 당시의 느꼈던 남편의 정을 애타게 가슴 속으로 불러들임으로써 가슴 아프게 읽힌다. 일상사의 사소함에서 출발된 인간사가 노정된 나문희의 인간적 삶의 소중한 경험이요, 그 경험의 전파자임을 잘 보여준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 끈끈한 사모의 정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향기나는 사모의 정보다 더 가치롭고 아름다운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광범위 하면서도 세세한 폭력의 구조를 고발하기에는 나문희만큼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해낼 배우는 없을 것이다.

그는 계속하여 우리들 곁에 있고, 또 앞으로도 배우 나문희로 살아 존재할 것이다. 각자의 삶은 제 각각이겠지만, 어쩌면 그의 연기는 자신의 고모 할머니인 나혜석보다 더 멋있는 페미니즘 텍스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