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k-대사모 경북지역위원장 박윤식
이 글은 22대 총선의 의미를 기본적으로 정치권의 승리가 아닌 유권자의 승리로 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한국 정당정치의 해체와 새로운 재편의 서막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한다.
정치권의 각 정당들의 승리가 아니라, 유권자의 승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번 총선이 각 정당들의 승리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승리를 말하는 것은 ‘권력의 오만과 자만’ 때문이다. 집권세력과 더민주는 고통스러운 사회경제적 삶의 현실을 조금도 개선시키지 못했다. 극심한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의 80%를 부동산과 (사)교육에 쏟아 부어야 하고, 가계부채가 가계소득대비 120%에 달하는 현실 말이다.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된 총선공약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정책과 공약을 둘러싼 논쟁도 합의도 거의 없었다. 보다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일상적 정치활동과정에서는 내내 친윤-비윤, 친명-비명 계파갈등을 벌였을 따름이었다. 공천 과정에서조차 그런 것들이 엿보인다. 그러고서도 선거 막판에 들어선 표를 달라며 ‘읍소 코소프레’를 반복했다. “그래도 집권세력인데”, “그래도 제1야당인데”라는 오만과 자만이 아니고서는 그리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제1당 자리를 내줄 정도로 부진했던 이유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리던 대구·경북 및 부산·경남 지역과 5060 세대에서 이반이 일어난 데에 있다. 수도권과 40대 중간층에서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단지 위기의 현상일 따름이다.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이 요인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부진의 이유로 꼽히는 공천파동과 막말 파동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국민의힘은 ‘영남블록+민주화 이전 세대+부동산경기부양정책 이해관계층’이라는 지지연합에 기반해 온 정당이다. 하지만 영남의 경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간의 분리가 이미 지난 대선을 전후로 하여 전개되고 있다. 친윤 vs 비윤의 균열을 타고 그리 되고 있고, 이재명 등 부산·경남 출신의 야권 유력 주자의 출현을 통해 그리 되어왔다.
하지만 위기가 오히려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22대 총선은 위기인식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인물과 정책에 대한 모색을 재촉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민주가 실제로 탈호남-수도권 기반 전국정당으로, 또 탈운동권 정당으로 자리를 잡아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권심판을 주기조로 해 더민주를 새로이 지지한 유권자층-탈호남 및 탈운동권 선호층-의 경우 일체감이 썩 높은 상태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혁신의 여당 사례는 이명박 정부 임기 말일 정도로 집권여당의 ‘혁신’은 더 어렵다. 혁신의 주체이자 대상인 대통령을 뺀 여당 혁신은 반쪽짜리여서 국민에 감동을 주기 힘든데 윤 대통령은 ‘당무 불개입’ 명분을 내세운 채 혁신 과정에서 뒷짐 진 채 물러서 있다. 게다가 친윤 중진 의원 너덧 명을 주저앉힌 자리에 검사들과 용산의 측근들을 내리꽂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결국 진정한 혁신은 국민이 바라는 국정 방식의 변화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여권이 먼저 야당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 나아가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여야 불통의 고리를 끊는 것이 급선무다.
“여당은 임기 말 레임덕 상황이 아니라면 당이 변해서 혁신에 성공하긴 제한적이다. 문제는대통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정치인들사이에 ‘검사를 꽂으면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무기력함이 국민의힘의 현재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여당이 야당과 협상해 정치의 전면에 설 수 있도록 당정관계의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