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조대형대기자]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 의사를 내비친 ‘올드보이’들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를 비판하며 “내가 하면 더 잘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의 행태가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이 ‘내 고향·내 텃밭’에 버젓이 공천 의사를 내비치는 것은 노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여야 불문하고 터져 나온다. 정작 올드보이들과 현역 의원들 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청년 정치인은 험지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나서고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2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혐오 정치·증오 정치가 극에 달한 상황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점잖은 어휘를 구사하고 여야 간 소통이 비교적 잘 이뤄졌던 정치를 해 왔던 ‘올드보이’들이 ‘내가 해 보겠다’고 나선 것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회를 젊은 사람에게 넘기고 퇴진해 주는 게 맞는 행보”라고 밝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험지에 출마하거나 새로운 시대정신을 내세우면서 출마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나 텃밭에 나오는 것은 인정받기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로 출마 의사를 밝힌 올드보이 상당수는 자신의 지역구나 텃밭에 출마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산 중·영도에 출마선언을 했다. 부산·경남(PK) 지역에는 경남 진주에서 내리 4선, 부산 수영구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재경·유재중 전 의원 등 지난 총선 때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들이 연이어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대구·경북(TK)도 비슷하다. 최경환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무소속으로 경북 경산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 지역구는 모두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 의원이다. 반대로 호남에서는 정동영(전북 전주병), 박지원(전남 해남·완도·진도), 유성엽(전북 정읍·고창)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모두 해당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고향이다.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자신이 국회의원을 지낸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출마를 선언했고, 심재철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기 안양 동안을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여야 모두 이들의 출마를 반기지 않는 기류지만, 해법은 없는 상황이다. 당장 민주당의 공천관리위원회는 ‘올드보이’에게 특별한 불이익을 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고, 국민의힘 역시 명시적인 배제 기준은 없다. 한 관계자는 “결국 자연스럽게 컷오프(공천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그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장 최 전 원내대표의 경우 무소속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들이 현역에서 그렇게 많은 권력을 갖고 있을 때도 해결하지 못한 정치 발전과 정치 개혁을 이제 와서 이룰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