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삼성그룹 광고 끊킬까 전전긍긍, 무죄찬양 일색의 언론 몰골
조대형대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지난 5일 ‘불법승계 의혹’ 관련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회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도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한 원심 재판부의 무죄선고에 대해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이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긍,부정의 논제들이 제기되어야 할 다수 언론들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수주되는 광고의 파괴력 때문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삼성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아양을 떨어 어여삐 보이려는 보도를 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건희 전 회장에서 현 이재용회장으로의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 이재용 회장의 뇌물공여를 인정했던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과가 원심판결을 통해 도드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점에 대해 斜視的(사시적)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은 극 소수였다.
필자는 사실 법리적 관점이나 최소한의 사회정의 기조를 외면한 재판부의 판결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요악하면,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사실상 “검찰이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것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 사건 재판부는 한술 더 떠 무죄를 선고한 셈이다.
이같은 이 사건 원심 재판부의 판결상의 주문으로,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하여 함부로 그룹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긴 것에 다름 아니고,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사건 원심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회계 분식'을 무시한 결과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이 안되지만, 이 사건 재판의 경우엔 법률적 판단에 앞서 정무적 판단이 강하게 개입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 하면, "이 사건의 경우 적어도 '회계 이슈'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검찰 등의 이견이 거의 없었던, 증거와 진술이 일관되게 회계 분식을 가리키는 뚜렷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판사들은 대부분 똑똑하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법조계를 지탱하는 ‘법조 3륜’이라고 말하지만 검사나 변호사보다 판사에게 더 많은 권위를 부여하는 게 현실이다. 그 똑똑하고 잘난 판사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위(권한)를 특정인, 특정 계층만을 위해 쓴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뭔가 판사들만의 두뇌 회로가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
이번 이재용사건의 원심판결을 지켜보면서 한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 있을 것이다. 판결 대상이 재벌 총수나 사회 지도층 등 이른바 ‘가진 자’들일 땐 더욱 그렇다. 수십억, 수백억원 회삿돈을 횡령한 기업인에게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고 말하고, ‘검은돈’을 받은 고위 공무원에게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뒤따르는 결과는? ‘봐주기 판결’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사들이, 국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가진 자들의 편에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판사들의 사고방식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대기업 총수의 손을 들어줬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죗값을 묻고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게 판사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
가진 자 편에 선 판사들의 교만과 무책임한 태도가 지속되면 결국 피해는 그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준 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판사는 법에 따른 판결을 하면 된다. 기업을 생각하고, 나라의 안위까지 걱정하는 건 판사들의 교만이다. 반칙하는 사람들을 단죄하기 위해 사법부가 존재하는데 판사들이 그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 필자는 가진 게 없는 사람이어서 고스란히 두들겨 맞았다.
이 사건 원심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주주에서 손해를 주려는 의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뇌물까지 써가며 진행한 승계 작업에 불법적 요소가 전혀 없었다는 게 된다. 모든 게 합법적이었다면 굳이 형사처벌 위험을 무릅쓰며 권력자에게 뇌물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결론이다.
이번 판결은 검찰의 역량과 의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던진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하며 자신감을 비친 바 있다. 하지만 비록 1심 재판이기는 하나 수많은 공소사실 중 단 한가지도 입증하지 못한 꼴이 됐다. 압수수색 절차상 위법으로 다수의 증거가 배척되기도 했다. 수사를 지휘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사이 검찰을 떠났다. 검찰이 수사와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상급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된다면 검찰은 실패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