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현역 금뱃지 불패, 명함만 달랑들고 뛴 신인정치인은 횡사’ 이준석이 두려워 인적 혁신, 청산과 담 쌓았나.
[조대형대기자]
한동훈 비대위원장, 윤석열대통령의 최측근 브레인이다. 복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권을 장악할 때는 청춘이었고, 남다른 의지가 엿보였고, 22대 총선을 통해 기성정치권, 아니 기득 정치인들이 해내지 못한 혁신이라는 것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할 당시만 해도 체력적으로 힘이 세고 정신적으로도 총명하여 매사에 판단이 정상적이었다.특히 한동훈 자신이 허물이 없으니 현역 국회의원들이나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감히 함부로 물의를 일으키지 못했다. 심지어 작은 일 하나도 한동훈비대위원장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 이렇게 국민의힘 구성원들 모두가 바짝 엎드리니 한동훈위원장은 점점 자만심이 커졌다. 자신이 결정이 항상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당무결정은 한동훈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때가 많았다. 특히 자신과 대통령실에 유리한 정책이면 그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 여겨 적극적으로 실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가의 번영은 곧 자기 사람들을 챙기고 현재의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새시대에 걸맞게 혁신을 하는 방법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데, 젊은 정치인 한동훈은 이를 알지 못했다. 물론 민주당으로부터 패배를 당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 같은게 없을리는 만무하지만, 현재 한동훈에게서 투영되는 것은 이준석의 존재 가치를 두려워 하는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연일 파열음을 일으키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은 고요하다는 것이 그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직설하여 말하면 대대적인 정치 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뼈의 사무치게 브메랑이 돠어 돌아 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역구 공천이 60% 이상 이뤄진 가운데 40대 이하는 13%에 불과, 역대 어느 총선에 견주어 봐도 낮은 비율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정치 초년병들이 가산점을 받았음에도 현역의 벽을 넘지 못해 ‘현역 불패, 신인 횡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텃밭인 영남권에서 공천받은 후보자 중 현역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지난 다섯 번의 총선 평균 물갈이율 48%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현역 교체율이 높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의정에 고루 반영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노장청의 조화와 함께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인적 쇄신 없는 현역 불패 기조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이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떨어뜨릴 수 있어 선거 전략상으로도 불리하다. 실제 지난 대선 때보다 20~30대 지지율이 확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인물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유망한 인재 발굴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몇 번의 인재 영입을 발표했지만, 국민의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다. 다선 중진에게 불리한 경선임에도 이기지 못한다면 신인들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첫 회의에서 “유능한 정치 신인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시스템을 앞세운 ‘잡음 없는 공천’에 치중한 결과일 것이다.
공감 없는 ‘그 밥에 그 나물’식의 무난한 공천으로 총선 승리를 바란다면 착각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위성정당 비례대표 선정 때 혁신위 제안대로 유능하고 애국심 있는 신인 50% 할당을 제대로 실천하길 바란다. 일부 지역구에 도입하기로 한 국민추천제도 인기영합식이 아니라 민심에 호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참에 정치 신인에게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각 분야 유능한 인재가 ‘선거 1회용’이 아니라 정치에 착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정치 지망생들도 30~40대 총리를 배출하는 유럽과 같이 밑바닥부터 도전해 스스로 역량을 키워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에 반해 이재명의 민주당은 당동벌이(黨同伐異), 즉 자신과 뜻이 같은 자는 무리를 삼고 다른 자는 가차없이 내치는 방법으로 인적쇄신을 한 것과는 대비된다, 이러한 국민의힘 한동훈위원장의 근본 배경에는 이준석의 개혁신당에 대한 두려움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에게서 내처진 현역 국회의원들이 똬리를 틀 때는 이준석의 개혁신당행이라는 선거공학적 정무판단과 맞물리면서, 정작 청산해야 할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다시 할거하는 정치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최악의 이준석은 나갔는데 혁신은 없는 것이고, 중증 환자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환자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며, 국민의힘 비대위는 아예 진료 자체를 생략한 채 출전을 시키는 형국이 되었다.
이준석은 보수·진보 양 진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두려운 존재가 된 것도 사실인데, 민주당의 경우는 이낙연을 쫒아 둥지를 틀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치는 반면에, 국민의힘은 이준석의 개혁신당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지극한 현실이 존재한다.
선거 승패는 언제나 바뀌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을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으로 받아들여 국민 뜻에 부응하는 일이다. 이렇게 응답하는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민심을 얻고 안 하는 정당은 몰락한다. 국민의힘은 여당이기 때문에 총선에서 또다시 기본적 의석을 얻지 못하면 윤 정부의 연금·노동·교육·규제·재정·산업구조 개혁 등 국가 중대 정책은 좌초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난 총선에서의 패배는 대통령과 여당이 바뀌기에 좋은 약이자 기회다. 그런데 그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니 이들은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을 먹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