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존망이 걸린 일에 신중론이라니, 결단력 부족에 우유부단함 때문.

 조대형대기자 

대통령의 죄의식과 위악적인 행위가 있었고, 그것을 감추어야 할 이유가 있었는가. 드러내고 싶은 것보다 감추고 싶은 것이 더 많은 것이라면, 그 많은 것의 감추고 싶은 일들이 온통 김건희여사의 일인가? 이 지적이 사실이라면 김건희여사는 마조히즘의 세계 안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 ?

윤석열대통령은 언제까지 김건희여사를 이해하기 위한 방패역할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그 김건희여사가 현실적인 미래의 전망을 밝게 열어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둡게 망쳐 놓았다. 결론은 지금 윤석열대통령이 줏대가 없는 행동을 일삼고, 그 이유의 근저에 김건희여사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놓고 저간의 나도는 말들이다. 줏대없이 행동하는 게 김건희여사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있어 ‘줏대’는 “권력의 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일컫는다. 또 “자기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나 기풍”을 일러 말하기도 하지만, 어떤 유혹이나 이설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의 국무총리 및 비서실장의 임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윤석열대통령은 이 ‘줏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심사숙고해봐야 할 듯하다.

대개 한 나라의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은 국민 모두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국가와 사회의 중대사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은 리더십과 결단력의 바로 미터다.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에서 여당 패배 이후 장고를 하면서도 인적 쇄신의 첫 단추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인사의 큰 개념이나 방향성 없이 중구난방식 하마평이 쏟아져 나오는 등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비선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 있다.

‘정권 심판’으로 확인된 총선 결과에 따라 진행하는 인적 교체인 만큼, 새 비서실장과 총리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하지만 그간 나온 후보군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일괄 사퇴 직후부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차기 비서실장으로 거론돼왔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선자일 때 비서실장을 지낸 ‘원조 윤핵관’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정진석 의원 등 다른 친윤계 인사들도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다. 총리 후보자 역시,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권영세·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꼽혔다.

그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기용설이 튀어나왔다. 대통령실이 부인했지만 여당마저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라고 반발하는 등 정치권은 요동쳤다. 주말께 일본을 들러 귀국하는 박 전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에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두 도시 이야기처럼 보여지고 있다”고 적었다.

이후 다시 무게추는 장 의원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스펙트럼을 넓혀서 찾다가 보수 쪽에서 반발이 나오니 장 의원 정도면 괜찮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렇게 새 인물이 친윤에서 친문으로, 다시 친윤까지 양극단을 오가는 상황은 대통령실의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사가 지체되면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난맥상과 내부 알력 다툼 양상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석급 참모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해 공식 라인 입김이 약해지면서, 주로 일부 참모들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언론에 흘리면, 해당 보도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정반대 메시지가 나오는 식이다.

특히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의 경우, 비서실장과 정무·홍보수석 등이 제외된 사이 다른 참모들이 윤 대통령 의중이 담긴 인선안을 언론에 노출해 파장을 키웠다. 이 부분에서 바로 김건희 여사의 ‘비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터에 홍준표 발 김한길총리설과 장제원비실장 제안설이 나돌았다.

여기에서 다시 무진기행을 하고 있는 대통령의 줏대론으로 말을 옮겨 가보자. 평소 윤석열에게서 느끼게 되는 외양은 ‘화끈하다’ 는 것이다. 그런데 이 화끈하다는 것이 말로만 떡을 하고 행동으로는 실천이 안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통설 가운데, “말로 떡을 하면 5천만 국민들이 다 먹고도 남는다.” 는 말이 있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대통령의 이런 유형들이 정치권 전체로 번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더 이상의 우유부단함들이 정치권 심장부에서,또 언저리에서 나돌면 안된다.

대통령의 성품에 따라 국가는 작동한다. 윤대통령의 소심과 우유부단함을 더 이상 신중론으로 포장하지 말라.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현 정권의 드러나지 않은 문재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탄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